▲ SCI(E)급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7월호에 게재된 해당 연구 논문     © 김재석 기자


[뉴스브라이트=김재석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7.2%. 지난 2016년 62.6%에 비해서 크게 증가했다.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가 넓어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아플 때 비용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3.2% 수준으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컸다. 사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비판도 수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정부도 경제적 사정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성인들의 미충족 의료의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충족 의료란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양한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 윤영석 연구팀은 한국 성인의 11.6%가 미충족 의료를 경험하며 저소득∙고령∙여성일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IF=2.468) 7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집한 한국의료패널(Korea Health Panel Survey)의 2016년 연간 통합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6,437가구와 1만8,576명의 가구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본 연구는 19세 이상 성인 중 미충족 의료에 대해 응답한 총 1만1,378명을 최종 연구 대상자로 선정했다.
 
또 미충족 의료 경험군을 선정하기 위해 전체 연구 대상자 1만1,378명 중 ‘지난 1년간, 병의원 진료 또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었으나 받지 못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예,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응답한 1,320명(11.6%)을 미충족 의료 경험군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미충족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앤더슨 사회형태학적 모형(Anderson’s Behavioral Model of Health Services Use)을 사용했다. 이 모형에서는 ▲소인성 요인(성별, 나이, 교육수준, 배우자 여부) ▲가능성 요인(경제활동 유무, 총 가구소득, 의료보장 형태, 민간보험 여부, 외래 비급여 진료비 유무) ▲요구성 요인(만성질환 여부, 장애유무, 정기적 운동 여부, 통증, 주관적 건강상태, 우울 정도) 등 3가지로 요인을 분석해 미충족 의료의 요인을 도출했다.
 
그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미충족 의료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1,320명 중 여성이 833명으로 무려 63.1%을 차지했다.
 
월 소득은 미충족 의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충족 의료 경험군 1,320명 중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요인으로 ‘경제적 이유’를 꼽은 응답자는 380명(28.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월 소득을 5분위로 나눠 봤을 때도 경제적 이유가 미충족 의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분위(하위 20%)가 차지하는 비율은 47.6%(628명)로 절반에 육박한 바면 5분위(상위 20%)는 10.3%(136명)에 불과했다.
 
연령 또한 미충족 의료 경험에 많은 영향을 줬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나이가 들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였다. 20대의 경우 3.9%(52명)에 불과했지만 60대에는 20.3%(268명), 70대에는 34.2%(451명)까지 증가했다. 연령에 따른 미충족 의료 오즈비(Odds Ratio∙OR) 값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오즈비 값이란 집단간 비교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그 정도를 검증하는 데 사용한다. 20대의 미충족 의료 오즈비 값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30대에 들어서면서 오즈비 값이 1.72로 급증했으며, 40대(OR=1.99)에는 20대 보다 미충족 의료 오즈비 값이 2배가량 높아졌다. 70대의 미충족 의료 오즈비 값은 1.43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경제적 요인, 신체 및 심리적 요인을 추가 통계적 보정을 거친 후에도 유의했다. 결국 20대를 지나면서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며 특히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팀은 비급여 여부가 미충족 의료에 영향(OR=1.24)을 미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한방 경험군의 미충족 의료 경험은 양방 경험군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대부분의 한방치료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로 보았을 때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로 비급여 진료를 줄일 수 있다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감소돼 미충족 의료율을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 윤영석 한의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11.6%는 진료가 필요함에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일수록 미충족 의료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초고령사회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필연적으로 저소득 고령 여성 등 의료 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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