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국제학생기자단장     © 이희선 기자

[뉴스브라이트=이희선 기자]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며 체험한 두 가지 사례다.
 
어느 지역 국제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초청한 외국의 교향악단 연주회에 청소년 학생들이 단체로 초청되었다. 연주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학생들이 객석 사이를 뛰어 다니기 시작하며 공연장 2층에서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도 했다.


그러자 참다못한 외국인 지휘자는 연주회를 중단하고 객석을 돌아보고 물끄러미 서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청소년들의 그런 행동은 연주회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을 혼내주고 나서 장내를 정리한 후 지휘자에게 정중이 사과를 하고나서야 연주회는 계속되었다.


그즈음 호주를 방문해 연주장에 들른 적이 있었다. 마침 평일 오후에 그 지역의 학생들이 공연장에 단체관람을 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를 보고 있는 동안 어느 한 학생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공연에 몰두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오페라는 학생들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르다. 그들의 진지함은 성인 관중의 수준 못지않았다. 공연 후에도 학생들은 질서정연하게 공연장을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분명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인데 질서의식은 달랐다. 물론 두 가지의 특정한 사례로 청소년 전체의 태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징적으로 공연장에서의 태도나 질서를 보면 그 나라나 지역의 전체 사회문화나 질서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아마 누구나 학교에서 공부만 잘 하면 훌륭한 학생이고 나중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공부를 못하는 것 보다는 잘 하는 것이 청소년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만 잘해서 청소년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갈 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성공’은 한국사회에서 추구하는 ‘출세’와는 구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에서 재력, 권력, 명예를 쟁취하면 성공이라 일컫지만 그 같은 외적인 요소는 진정한 성공의 가치와는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출세를 해야 성공을 이뤘다고 여긴다.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자신을 찾아온 한 젊은이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성공한 사람이 되려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라”(Try not to become a man of success, but rather try to become a man of value)고 일렀다.


그러면서 그는 ‘성공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의 값어치가 아니라 내가 해내는 일들의 가치’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실제로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 가지 목표, 곧 소유와 외적 성취와 사치를 경멸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성공인’(Man of Success)은 우리 기준으로는 출세를 의미하고 ‘가치인’(Man of Value)은 진정으로 성공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언어적 개념의 차이다.


우리사회가 산업화 과정에서 출세를 성공의 기준으로 잡다보니 교육의 방향도 오로지 “출세인”을 만드는 데에만 편향돼 왔다. 다시 말해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 하는 지적 능력(IQ)만 강조해 왔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규범이나 질서를 준수하는 공동체의식을 기르는 것에는 소홀했다. 교육일선에서 청소년 학생 때부터 개인주의나 이기주의적 성향을 배태하게 만든 것이다. 요즘 들어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바로 이런 교육풍토에서 연유되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 시대는 다양한 지능들을 필요로 하는 첨단복합사회다. 감성능력(EQ)과 도덕능력(MQ)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가치관이 혼란스러운 것은 출세주의에 매몰돼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도적적 능력의 결핍 때문이다.


바로 과거의 출세지향의 IQ 중심 교육이 빚어낸 결과다. 어릴 적부터 올바르게 생각할 줄 알고, 느낄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EQ는 물론 윤리적으로 옳아야 하고 질서도 잘 지키고 정직하고 성실해야 하는 MQ를 갖추지 못했다. 당연히 선진사회나 행복국가가 될수록 EQ와 MQ의 수준이 높아 공동체능력(NQ) 지수가 높게 되어 있다.


지금 이 시점 중요한 것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의 지향점이 IQ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 융복합 · 수평화로 상징되는 초현대사회에서 편협했던 전근대화사회의 획일화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떨쳐버려야 한다.


한마디로 과거 고정관념에서 탈피(Thinking Outside of The Box)해 급변하는 사회문화체계에 부합, 미래 관점으로 생각의 틀을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교육의 철학, 방식, 실행의 모든 과정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 학생 시절에서부터 다양한 지능을 갖출 수 있는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 외곬의 출세주의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참다운 성공의 가치관을 체득시키는 국가적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국제학생기자단장

<본 칼럼은 뉴스에듀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편집=이희선 기자 aha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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