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JTBC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 대해 시청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판사 박차오름과 ‘법 앞에 평등, 섣부른 선의보다 예측가능한 원칙’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 판사 임바른 두 젊은 판사는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서로를 성장시키며 보수적인 법원 조직이라는 높은 벽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미스 함무라비’가 법조계의 냉혹한 현실을 다룬 기존 법조계 드라마와 차별되는 이유는 바로 현직 판사 문유석 판사가 극본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법조계 내에서 업무량이 가장 많아 과로를 쉽게 가질 수 있는 현직 판사의 오랜 법조계 경험을 담은 이 드라마는 비단 판사 뿐만 아닌 속기사, 참여관, 실무관, 법원경위 등 다양한 직무를 갖춘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는 재미까지 갖췄다.

미스1.JPG▲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공식 사이트
 
변화와 원칙,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의 남녀 주인공인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변화와 원칙 각자가 고수하고 있는 소신을 바탕으로 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우리가 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좌배석, 우배석, 주심판사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데, 흔히 재판장에서 판사 세 명이 앉아 있는 재판을 합의부재판, 주심판사 한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단독재판이라고 칭한다. 합의부 재판은 소송가액이 2억 이상을 초과했을 경우에 열리며, 단독재판은 소송가액 2억 이하인 경우 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위자료나 손해배상 등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하는 금액이 2억원 이상인가, 2억원 이하인가에 따라 합의부로 열릴지 단독으로 열릴지 결정된다.
 
먼저 주인공 박차오름(고아라)는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라’고 외쳐대며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취미이고,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좌배석판사다. 좌배석 판사는 중앙에 앉은 부장판사 좌측에 앉은 판사로 주로
 
권위주의와 거만함을 달고 있는 기존의 판사 이미지는 근처에도 끼지 않는 박차오름(김명수)은 능청스러움과 애교 등 처세술을 바탕으로 악성 민원인조차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
 
그런 박차오름에게 임바른이라는 복병이 앞에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기 우배석 판사인 임바른은 박차오름과 다르게 엘리트 주의로 뭉쳐진 소위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는 판사로, ‘점수가 남아서’, ‘남에게 굽실거리며 살기 싫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인 판사가 된 냉철한 인물이다.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박차오름과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 때문에 고쳐질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에 대해 무관심한 임바른 두 사람은 판이하게 다른 성격과 소신을 바탕으로 서울지방법원과 ‘억울한 자 없게 하라’는 기본 취지를 담고 있는 법조계에 어떠한 파란을 몰고 올지 사뭇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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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만 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법원에는 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법원에는 종합민원실 등 사무를 맡아 하는 사무관들과 재판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속기사, 재판조서를 꾸미는 것이 주업주인 참여관, 민원인 응대와 법원 서류 송달 등을 맡아 하는 실무관, 법원 소란을 대비해 늘 상주하고 있는 전문 경찰 인력 등 법원 일원들에 활약상을 담아내고 있어 법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느낌을 확 들게 한다.
 
먼저 배우 이엘리아가 맡고 있는 이도연은 법원 속기사다. 속기사는 속기전문 기구로 재판의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업무를 맡으며, 재판이 없을 경우에는 판사가 지시한 서류 정리 등 행정업무를 맡기도 한다.
 
극 중 이도연은 여타의 속기사와는 다른 전문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인물로, 치명적이게 아름답고, 도회적인 인물이다. 나이도, 사는 곳도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이도연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만년 7급 계장인 맹사성 역을 맡은 이철민은 재판 조서를 작성하는 참여관으로, 법원에 들어온 지 16년이 지나고 늘 승진에 물 먹고 손해 보는 타입이지만, 법원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맞게 원칙을 고수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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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극본까지 쓰는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
‘미스 함무라비’가 쟁쟁한 배우들의 사실적인 법원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 외에도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요소가 또 있다. 바로 현직 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극본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문유석 판사는 현재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의정부지법과 인천지법 등에서 부장판사를 맡아왔고, 서울대 법학과와 하버드 로스쿨 석사를 졸업한 엘리트 중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고 있다.
 
그는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등 3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며, 중앙일보 등 언론을 통해 법률 칼럼이나 기고 등을 게재 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직 판사가 소설과 극본을 집필했다는 사실에 많은 시청자들이 놀람을 금치 못 하고 있다. 그동안 법조계 드라마는 작가들이 현장 취재 등을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임바른을 맡은 배우 김명수는 실제 드라마를 촬영하기 전 문유석 판사를 롤모델로 삼아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명수는 “대본 연습을 하면서 실제로 법에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법정에 가서 실제 재판하는 모습도 봤다”며 “대본이 나올 때마다 문유석 작가에게 연락해 상담을 했다. ‘임바른에 동화돼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바른처럼, 원작에 가까운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라마를 이미 시청한 시청자들은 일제히 “현직 판사가 소설에 극본까지 대체 못 하는 것이 뭐야?”, “놀랍다. 그동안 법조계 드라마는 전문성이 결여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미스 함무라비’는 정말 색다르다”, “문유석 판사의 ‘미스 함무라비’ 원작 소설을 읽고 드라마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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