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검법남녀•미스 함무라비•무법변호사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세 편의 드라마는 모두 법정과 법, 정의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 전혀 다른 내용과 분위기, 배우들의 연기력 등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시청자들에 골라보는 법조 드라마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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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남녀, 전에 없던 한국형 법의학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법의학을 전제로 다루고 있는 법조 드라마다. 그래서 주된 배경이 과학수사대와 검찰이다. 기존 변호사와 판사, 검사가 주인공인데 반해 이 드라마는 검시관이 주인공이며, 사건도 형사사건 위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안방극장에서 보기 힘든 배우 정재영이라는 배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KBS2 드라마 ‘어셈블리’ 이후 출연한 공중파 드라마가 바로 ‘검법남녀’다.
 
정재영이 맡고 있는 주인공 ‘백범’은 과학수사대 내에서도 괴짜로 통하고 있는 인물이다. 흉부외과와 병리과 더블보드를 가지고 있는 그는 ‘눈에 보인다고 믿으면 안 된다’, ‘진실은 그 뒤에 숨어 있다’, ‘법의학은 현장을 제압한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로카르의 법칙)’을 맹신하며 시체 하나라도 허투루 해부하는 법이 없다.
 
연간 700여건 가량의 시체를 해부하는 것으로 가장 많은 시신을 부검하는 백범은 철두철미하고, 냉철하며, 누구에게도 도무지 마음을 주는 것을 모른다. 실력이 뛰어난 만큼 완벽주의인 그는 오로지 죽은 시체에 마음을 주며 진실을 찾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범과 늘 사사건건 부딪히는 형사부 열혈 초임 검사 은솔(정유미)는 집안의 반대를 뿌리치고 검사가 돼 자신의 인생을 집안에 맡기지 않고, 개척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재벌가의 딸로 태어나 좋은 집안에 시집가 반듯한 인생을 살기를 원하는 부모의 기대를 무참히 깨고 검사가 된 그녀는 정의롭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톡톡히 가르쳐주고 있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 은솔과 살얼음처럼 차가운 내면을 가진 검시관 백범은 티격태격하지만,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드라마에서 교과서처럼 등장하고 있는 로맨스를 억지로 가미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가진 상처를 정의구현을 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는 은솔과 백범의 조합은 로맨스 이상의 설렘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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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현직 판사가 그리는 리얼한 법정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법원 자체를 배경으로 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 법조 드라마가 피해자와 가해자, 피의자 그리고 검사와 경찰, 변호사를 내세워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갔다면 이 드라마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판사와 법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당기고 있다.
 
법원은 일반인들에게 성역이 높은 공간 중 하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부수적인 요소로 등장할 뿐 면밀히 다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스 함무라비’는 시청자들에 법원이라는 공간을 과감하게 오픈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는 사람이 현직 판사이자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작가인 문유석 판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그는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미스 함무라비’ 등 출간도서를 통해 근엄하고 엄숙한 법원과 판사의 이미지가 아닌,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심어 주었다. 그 결과, 그를 추종하는 팬들까지도 현재 생겨난 추세다.
 
한편, ‘미스 함무라비’의 함무라비는 로마법전, 나폴레옹 법전과 함께 세계 3대 법전에 포함된 함무라비 법에서 제목을 딴 것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법원의 정의를 찾고자 하는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명수) 초임판사를 주인공으로 법원 내 일상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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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변호사, 법과 정치 유착으로 난도질 당한 정의
 
tvN 금토드라마 ‘무법변호사’는 ‘검법남녀’와 ‘미스 함무라비’와 마찬가지로 정의를 등에 업은 법조 드라마이지만, 이 두 편의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색채가 어둡고, 묵직하며, 정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
 
게다가 두 드라마와 다르게 정치 유착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나홀로 차별된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중견배우 이혜영과 최민수의 카리스마와 여주인공 서예지의 연기변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인공 봉상필(이준기)는 미혼모 인권변호사 최진애(신은정)의 아들로, 어머니를 죽인 기성그룹 안오주 회장과 차문숙 판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복수를 단행하고 있다. 상처가 많지만 스스로 강인해져야 하는 이유를 갖고 있는 봉상필 역에 이준기는 적격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미 그는 ‘투윅스’, ‘개와 늑대의 시간’ 등 액션 장르의 드라마를 잘 이끌어나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봉상필은 스스로 ‘무법(無法)’ 변호사라 칭하고 있다. 차문숙와 안오주는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검은 계획을 이행하면서 욕심을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에게 인간적인 자애나 정의를 내세우기 보다는 그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정의와 법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무시함으로써 정의를 위해 죽은 엄마 최진애의 죽음을 파헤치고 있다.
 
봉상필의 로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재이(서예지) 역시 판사에게 주먹을 날린 전력이 있는 무법 사무장이다.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의 그녀는 단지 오기만으로 악같같이 공부한 덕에 변호사가 됐다.
 
그녀는 봉상필과 얽히지 않을래야 얽힐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엄마’라는 끈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극 중 봉상필의 엄마 최진애가 차문숙(이혜영)으로부터 살해당했고, 하재이의 엄마는 18년 전 의문의 실종을 겪어 여태 찾지 못 하고 있다. 거기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빚으로 봉상필과 엮이게 되지만, 기성그룹이 어둠 속에서 행한 일들을 알게 되면서 봉상필과 적극적으로 기성을 무너뜨리고, 상필의 복수를 돕기로 한다.
 
봉상필의 숙적 차문숙은 수많은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자애의 가면을 쓰고, 지하에서는 법조와 관련한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것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는 인물. 그녀는 정계로 진출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안오주(최민수)를 돕고 있으며, 안오주는 차문숙과 마찬가지로 여태 자신이 일궈냈던 모든 것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믿으면서 봉상필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 비열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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