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레퍼토리 ‘시간의 나이’...전통을 해체해 만든 새로운 미감 선보여

이혜민 | 기사입력 2019/02/25 [11:27]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시간의 나이’...전통을 해체해 만든 새로운 미감 선보여

이혜민 | 입력 : 2019/02/25 [11:27]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과 프랑스 현대무용의 전성기를이끌어온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함께 만들어낸 강렬한 춤의 파노라마 ‘시간의 나이(Shiganè Naï)’가 3월 15일(금)부터 17일(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시간의 나이’는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우리 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국립무용단과 프랑스샤요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플라멩코·힙합·발레 등 다양한 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독창적 영상을 활용한 환상적 무용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세 몽탈보가 안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16년 3월 국내 초연 당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한국 전통춤의 매력을 보존하면서도 이방인의 시선에서 신선한 해체와 조립 과정을거쳤다”라는 평을 받았고, 이후 ‘시간의 나이’는 세계 무용극장의 성지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 샤요국립극장(2016), 크레테유 예술의 집(2017)에 연이어 공식 초청되며 국립무용단의 대표적 컨템퍼러리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6년 6월에는 1천 2백 석 규모의 샤요국립극장 대극장 7회 공연이 연일 매진되는 등 냉철한 파리 관객의 환호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전통과현대의 조화를 통해 혼합의 미를 노래한다”(프랑스 공연예술지 ‘라 테라스’),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암시적, 강렬한 리듬 속으로 우아하게 스며든다”(경제전문지 ‘레 제코’), “온전한 경탄의 순간”(일간지 ‘르 피가로스코프’) 등 현지 언론의 호평도 잇따랐다. 유럽 무용계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는 ‘시간의 나이’가 세계 공연예술계 트렌드를 발 빠르게 선보여온 LG아트센터 무대와는 어떻게 어우러질지 주목된다.

 

편견없이 전통을 해체하며 만들어낸 새로운 미감


‘시간의 나이’는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기억’은 새로운 기억을 장착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해체하는 과정으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성을 보여준다. 무용수들의 기억에서 온 춤들,즉 ‘한량무’ ‘부채춤’ ‘살풀이’ 등을 전통복식을 입고 추는 영상이 보이는 동안 무대 위 무용수들은 현대 일상복을 입고 영상 속의 춤을 재해석한 동작을 선보인다. 전통과 창작이 하나의 놀이처럼 서로 차용되고 인용되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무대화한다.

 

2장 ‘세계여행에서의 추억’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주제의식이 전 인류에 대한 메시지로 이어진다. 조세 몽탈보의 오랜 친구이자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로 유명한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의 미공개 영상을 사용한다. 다양한 인종·언어·문화·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하늘에서 바라본 여러 나라의 모습을 담은 ‘휴먼’ 영상을 통해 인류와 지구,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 3장 ‘포옹’은 원시적인 제의(祭儀)에 담긴 욕망을 표현한다. 서양무용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한국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어우러지게 재해석함으로써 태고의 역동성과 기쁨을 표현한다. 샤요국립극장 공연 직후 “스페인 태생의 몽탈보가 라벨의 음악으로 한국무용수와 함께 해냈다”는 무용계의 평을 받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은 장이기도 하다.


영상과 음악의 절묘한 조화

 

대부분의 작품에서 화려한 색감과 유쾌한 환상성을 조화시키는 작품세계를 보여온 조세 몽탈보는 이번 작품에서도 영상과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쾌한 충돌 지점들을 만들어낸다. 1장에는 영국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 마이클 니먼의 ‘MGV’(Musique à Grande Vitesse, High Speed Music)가 재구성되어 사용된다. ‘고속 음악’이라는 제목처럼 시종 빠른 리듬으로 이동하는 음악 위에 서울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전통 한국무용과 현대적인 동작을 번갈아 선보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중첩된다.

 

2장에서는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의 미공개 영상이 사용된다. 총 60여 개국을 돌며 2,500시간 동안 2,020명을 인터뷰한 대작이다. 기아와 난민 등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들이 때로는 사색하는 듯한 무용수들의 조용한 움직임으로, 때로는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여성무용수의 동작으로 어루만져진다. 베르트랑의 주요 파트너이기도 한 월드뮤직의 대가 아르망 아마르의 음악이 사용되었다.

 

3장 ‘포옹’에서는 서양무용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볼레로’가 재해석된다. 점점 빨라지는 음악 속에 한판 춤판이 열정적으로 벌어지다가 무용수들끼리 포옹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전통과 미래, 문화와 문화가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준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하루 동안 우리는 아침에는 바로크 음악을 듣고, 오후에는 일렉트로 팝 음악을 듣고, 혼란스러운 하루를마무리하며 고전 또는 현대음악 콘서트에 갈 수도 있다. 물론 순서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음악장르의혼합은 실제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시간의 나이’에서 이러한 혼합을 구현하려 했다.”

 

-조세 몽탈보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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