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원 10명중 9명 사기 확 떨어져!..‘학부모 민원’ [교총 설문]     © 이희선 기자

[뉴스브라이트=이희선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직무대행 진만성)가 올해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87.4%에 달해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교원들은 사기 저하, 교권하락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학생 생활지도 기피와 관심 저하’(50.8%)를 꼽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선생님이 가장 되고 싶은 이 시대 교사상으로는 ‘학생을 믿어주고 소통하는 선생님’(69.9%)이 1위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교총이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실시한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실시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1.32 포인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나’를 묻는 문항에 교원의 87.4%가 ‘떨어졌다’(대체로 떨어졌다 41.6%, 매우 떨어졌다 45.8%)고 응답했다. 이는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처음 실시한 설문 결과,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55.3%)보다 10년 새 32%p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11년 79.5%, 2015년 75.0% 등의 응답률과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치여서 특단의 사기 진작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우 높아졌다’ 0.3%, ‘대체로 높아졌다’는 1.9%에 불과했으며 ‘변화 없이 그대로다’라는 답변은 10.3%였다.


교권 보호 실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5.6%(별로 그렇지 않다 37.3%, 전혀 그렇지 않다 28.3%)에 달했다. 교권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대답은 10.4%(대체로 그렇다 9.5%, 매우 그렇다 0.9%)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교원들의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은 교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학교교육과 학생지도에 ‘냉소주의’ ‘무관심’ 등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50.8%)를 꼽은 교원이 과반이나 됐다. 이어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22.9%), ‘헌신, 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13.2%), ‘수업 등 소홀로 학생 학습권 침해’(6.2%), ‘명예퇴직 등 교직 이탈 가속화’(5.5%) 순이었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에 대해서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를 1순위로 들었다. 이어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48.8%),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36.4%),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32.0%), ‘톱다운 방식의 잦은 정책 변경’(14.6%), ‘권위적 학교문화, 동료 교직원 간 갈등’(9.7%)으로 조사됐다. 
학부모 민원,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교원 명퇴 증가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9.4%)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0%)이 1, 2위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교원의 본분에 맞지 않는 과중한 잡무’(14.6%), ‘교직사회를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11.5%),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에 따른 피로감’(9.8%) 순이었다. 실제로 올해 2월말 명퇴 교사 수는 6,019명으로 지난해 2월·8월 명퇴자를 합한 6,143명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교원들은 ‘교권’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 69.3%가 ‘교원의 교권 확립’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 요구의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지양(23.3%), ‘교육공동체 신뢰·협력 관계 구축’(20.2%), ‘대입 등 입시제도 개선(14.9%)’, ‘교원 확충 및 교육 시설환경 선진화’(11.2%)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67회 교육주간을 맞아 선생님이 가장 되고 싶은 이 시대 교사상(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69.9%)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학생을 진정 사랑하는 선생님’(40.7%), ‘학생의 강점을 찾아내 진로지도 하는 선생님’(25.1%), ‘전문성 향상에 부단히 노력하는 선생님’(20.3%) 등이 뒤를 이었다. 


‘스승의 날 제자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널 믿는다, 넌 할 수 있어’가 36.4%, ‘사랑한다’가 29.3%, ‘힘들지? 힘내자!’가 15.1%로 나타났다. ‘스승의 날 제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감사합니다’가 49.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선생님처럼 될래요’(15.4%)와 ‘선생님 때문에 힘이 나요’(12.9%), ‘선생님 최고예요’(10.0%) 순이었다. 
언제 가장 보람(선생님이 되길 잘했다)을 느끼는 지(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제자들이 잘 따르고 인정해줄 때’(51.5%)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제자들이 그 자체로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35.6%), ‘제자들이 성장하고 목표를 성취할 때’(34.0%), ‘부적응 제자를 보살펴 잘 지내게 될 때’(26.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52.4%(대체로 그렇다 41.9%, 매우 그렇다 10.5%)로 나타나 ‘그렇지 않다’는 답변 21.5%(별로 그렇지 않다 15.3%, 전혀 그렇지 않다 6.2%)보다 높았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39.2%)와 ‘그렇지 않다’(37.6%)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교육정책 및 현안과 관련한 설문도 함께 진행됐다. 우선 교원들은 정부나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의견과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물은데 대해 59.5%가 ‘그렇지 않다’(별로 그렇지 않다 37.3%, 전혀 그렇지 않다 22.2%)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11.3%에 불과했다. 


최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무상교육 정책들이 교육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우선 투자 분야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9.0%의 교원들은 ‘그렇지 않다’(별로 그렇지 않다 27.5%, 전혀 그렇지 않다 21.5%)고 답했다. ‘그렇다’는 답변은 27.6%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가장 시급히 교육재정이 쓰여야 할 분야(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정규 교원 확충 및 학급당 학생수 감축’(70.9%)과 ‘학생 건강,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시설 개선’(49.9%)을 1, 2순위로 꼽아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교재·교구 확충, 체험활동 등 교수·학습 질 제고’ 20.6%, ‘연구·연수 등 교원 전문성 신장 지원 강화’ 19.6%, ‘학습부진아 지도 등 학력 신장 시스템 구축’ 12.6% 등의 순이었고, ‘고교·급식·교복 등 무상교육 확대’ 응답은 5.1%로 가장 낮았다. 


교총은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가 가장 힘들고, 명퇴의 주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교원지위법의 현장 안착 등을 통한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교총은 “무상교육 등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쾌적한 교실환경을 구축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데 교육재정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기와 교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교원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며 “사회 각계가 학교와 교원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희선 기자  |  aha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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